9월 4일 졸속으로 이루어진 여당 및 정부와 의협 간의 의정합의가 지켜질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의료계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도, 이행 여부까지 불투명했던 의정합의에 대다수의 회원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졸속으로 이루어진 합의라고 하더라도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의협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합의였기 때문에, 의료계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합의 이후 여당과 정부는 합의 이행의 의지가 없음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공공의대 정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였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의정협의체가 구성되기도 전에 강행되었다. 여당 의원들은 현재도 너 나 할 것 없이 의사 탄압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고, 정부는 4대악 정책 추진을 위한 실무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과 정부는 지난 11월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안을 보건복지위에서 통과시키려고 하면서 의정합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당시 야당의 반대로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자 여당과 정부는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안을 예결위를 통해서 통과시키려는 꼼수를 부렸고, 결국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안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내년도 예산안에 공공의대 설계비를 책정한 것은 공공의대 설립 의지를 여당과 정부가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므로, 이는 명백한 의정합의 파기 사안이다. 그런데 여당과 정부는 뻔뻔하게 의정합의 파기를 하고서는 어떠한 사과나 양해의 표현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야당과의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설계비 예산안을 5배가량 증액하며 의료계를 능욕하였다. 11월 보건복지위에서 논의할 당시 2억 3 천만 원이었던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9억 5천5백 만 원이 증액된 11억 8천 5백만 원이 되었다. 기존 설계비보다 5배의 예산을 책정했다는 말은 단순히 설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이후 추진 단계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는 공공의대 추진을 위한 여당과 정부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것이다.
지난 8월 4대악 의료정책 철폐를 위한 의료계 단체행동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바로 공공의대 정책이었다. 당시 이 사안은 ‘공공의대 게이트’라는 이름으로까지 확대되며 전 국민적인 반대 여론까지 형성되었던 이슈였다. 따라서 공공의대 정책 저지를 이루어내지 못하면 지난 여름 의료계 단체행동은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 못한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당과 정부는 이런 부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의정합의를 파기하면서까지 공공의대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난 9월 4일 맺어졌던 여당 및 정부와의 의정합의는 휴지조각이 되었다. 의정합의가 파기된 상황에서 의료계에 남은 선택지는 강경투쟁뿐이다.
코로나19가 연일 확산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 구성을 하기로 했던 기존 합의 내용도 무시하면서까지 의정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던 복지부와 의협 범투위는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특히 복지부가 여당과 함께 공공의대 예산안 통과를 주도하는 배신행위를 했기에 더 이상 복지부는 의료계의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의협 범투위는 즉각 정부의 일방적인 의정합의 파기를 규탄하고, 전면 협상 중단 선언과 함께 전 의료계 강경투쟁을 선포해야 한다. 그리고 다가올 강경투쟁의 성공을 위해서 전 의료계가 결집하여 하나 된 목소리와 행동을 보일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에 돌입할 것을 촉구한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본 회)는 의정합의를 파기하고 공공의대 예산안을 통과시킨 여당과 정부의 폭압적 결정을 규탄하며, 전 의료계에 다시 한번 대정부 강경투쟁을 위한 결집을 호소한다. 향후 본 회는 강경투쟁 준비와 추진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다가올 투쟁 상황에서 선봉에 설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20년 12월 4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