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5일 대한의사협회가 창립 113주년을 맞이한 것을 13만 의사회원 여러분과 함께 축하하고 기념합니다.
대한의사협회의 모태인 ‘한국의사연구회’가 설립된 1908년은, 일제가 조선의 경제를 독점하고자 토지와 자원의 수탈을 본격화하던 암울한 시점이었습니다. 나라가 빼앗긴 참담한 시대에 황무지 같은 여건에서 결의하여 의사회를 조직했던 선구자들을 기억하며, 113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우리협회의 저력에 자부심을 느끼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한의사협회도 많은 역경과 고난의 시간들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의협은 13만 회원을 거느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단체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우리나라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수하고 효율적인 의료 환경을 구축하게 된 저변에는 대한민국 의사들의 헌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으며, 코로나19와 사투해온 지난 2년여 간의 희생은 우리 국민들께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저는 113년 역사에서 처음 겪는 전대미문의 보건의료 위기상황 속에서 대한의사협회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에 막중한 사명감을 느끼며, 41대 집행부의 회무 방향성과 핵심과제를 다시 한 번 짚어보고 각오를 새로이 하고자 합니다.
우리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전문가적 시각에서 국민건강에 역행하는 섣부른 정책과 제도를 견제하며,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대정신과 산업패러다임이 급변함에 따라 의료환경에 있어서도 도전과 응전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현재를 어떻게 대응해나가느냐에 따라, 차세대 의료인들의 미래가 달라지고 성패가 좌우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술의 변화 속도는 예상보다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법과 제도 또한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정비되고 보완될 것이므로, 적시성 있게 전문가로서 합당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머잖아 4차를 넘어 5차 산업혁명도 도래할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면서도 의료의 기본과 본질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대화와 소통으로, 때로는 강력한 입장표명과 행동으로, 사안에 부합하는 최선의 대응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특히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정책제안 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지원책 마련,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의료기관 및 의료인 지원책 마련, 의료전달체계 확립, 건강보험제도 안정화를 위한 적정부담 ‧ 적정수가 ‧ 적정급여 방안 마련 등의 아젠다를 각 정당과 캠프에 제안해 의료계 입장을 적극 개진할 것입니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 방역과 치료활동에 피와 땀을 흘리며 헌신해주신 회원 여러분들의 깊은 노고에 머리 숙여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하지만 의료진에 대한 처우개선과 보상은 여전히 부족하고, 기존의 방역 체계에서 위드코로나로 다소 성급히 전환이 되어 의료진에게 부담이 가중될 것이 더욱 염려되는 상황입니다.
안정적인 진료환경에서 최상의 의료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의사회원의 권익보호는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장 의료진들이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내년 이촌동 신축회관 완공을 향해서도 박차를 가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의협회관은 13만 의사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이 바라보는 전문가단체의 외형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회관의 신축은 대내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많은 의료계 단체와 개인이 나서서 신축기금을 모아주고 계시지만, 더 많은 관심과 성원으로 동참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수많은 과제들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회원 여러분의 힘이라는 연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부디 의협이 나아가는 길에 동행해주시고 지지와 성원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41대 집행부는 임기동안 13만 회원들이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13년 전 대한의사협회 창립의 초심을 되새기면서, 현재의 시련 또한 13만 의사들의 하나된 힘으로 극복해 나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11.15.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