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시행한 거리두기 강화에도 기세가 줄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으로, 의사를 양성하는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이 COVID-19 확진자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오늘,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회장 여한솔, 이하 대전협) 위중증 환자가 1000여명을 기록했던 1월의 현장을 되돌아보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 332명이 응답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 수련병원에서 COVID-19 진료를 위해 새로운 의사 인력을 보충하지 않았고, 사전 고지 없이 수련의들을 투입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로 인해 전문 과목 수련이 양적 질적으로 저해되었고, COVID-19 관련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는 병원이 많음이 드러났다.
수련병원이란 의사로서 한 전문과목의 전문의가 되려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병원을 뜻한다. 전국의 대다수 병원이 현재 수련병원으로 등록되어 있고, 전문의가 되기 위해 전공의들이 최저시급으로 주 88시간 노동하며 실습하고 있다. 작년 12월 복지부는 COVID-19 위중증 환자가 700여명을 넘어서자 행정명령을 통해 전국 500~700병상 수련병원들에 전체 병상의 1.5%를 추가로 코로나19 진료를 하도록 강제하였다.
조사 결과 66%의 회원이 속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COVID-19 진료를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80%의 회원이 속한 수련병원에서 COVID-19 진료를 위해 추가 의료 인력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력이 부족해지자 심지어 몇몇 병원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COVID-19와 무관한 과목을 교육받고 있는 전공의들을 COVID-19 진료에 강제 투입하였다. 전체 회원 중 64%만이 COVID-19 진료 전에 전공의 인력이 COVID-19 진료에 투입될 예정임을 고지받았고, 전체 회원 중 94%가 COVID-19 진료 투입에 대해 결정 권한이 없었다고 대답하였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수련 환경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77.7%의 회원은 COVID-19 관련 진료에 투입됨으로서 전공과목 수련에서 질적 저하가 발생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정규 시간 교육 업무를 제외하고 선별진료소에 투입되며, 기존에 있던 수련 과정을 폐지하면서까지 COVID-19 환자를 보도록 하는 현재 상황이 수련병원에서 자행되어오고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의료인력 양성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커녕 일방적으로 COVID-19 진료를 담당할 전공의 추가모집을 실시하여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미 무너지고 있는 수련 환경 현장을 더욱 무너뜨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전협은 강하게 반발하였으나, 정부는 해당 모집을 강행하였다. COVID-19 진료를 위한 전문 인력 확보 없이 수련의들의 인력 충원만으로 현재 위기를 넘기려는 현재 정책을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신규 확진자는 다시금 증가하고 있다. 행정명령을 통해 확보된 병상은 일반 환자들을 위해 사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줄어든 수련환경도 원래 교육과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COVID-19 환자들을 위한 전문가 인력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현재 방침이 미래에 어떤 희생을 가져다 주게 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