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이상=질환’ 인식 필요… 초기에 검사·치료 받아야
●음성질환 야기 원인 다양… 치료 앞서 원인부터 찾아야
●치료는 수술보다 음성치료·약물 등 비침습적 치료 우선
●평소 큰 목소리 자제, 충분한 수분섭취로 목 보호 해야
인생은 70%가 ‘말’에서 좌우된다는 얘기가 있다. 또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소리’라고 한다.
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은 누군가와 첫 대면을 했을 때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메시지의 전달요소)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결정적 요인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이미지였다. 상대방의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목소리는 38%, 표정은 35%, 태도는 20%의 영향을 미친 반면, 말하는 내용 자체는 겨우 7%의 효과만 있었다고 한다. 특히 전화로 대화할 때는 목소리의 영향이 82%까지 올라갔다. 그만큼 의사소통에서 목소리 등 이미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목소리는 폐에서 나온 공기가 성대를 진동시켜 발생하는 공기의 파동이다. 마치 손가락의 지문(指紋)처럼 개인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다. 이는 호흡기관, 발성기관, 인두, 구강 등 개개인의 각기 다른 해부학적 요소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음성질환은 이들 해부학적 요소에 기질적, 혹은 기능적 이상이 발생해 발성에 문제가 생기고 음성에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음성은 음의 강도, 음도(주파수, 높낮이), 음색 등으로 특성을 표현하는데, 이러한 특성이 동일 연령대나 성별의 표준 범위를 벗어나면 음성 장애 또는 음성질환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문제는 음성 장애나 음성질환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고 방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더불어 성대 결절이나 폴립 등 과도한 음성 사용으로 발생하는 질환은 생업과 연계된 경우가 많아 치료마저 쉽지 않다.
남인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목소리는 갑자기 변하거나 이상이 생기더라도 저절로 나으리라는 생각에 내버려 두는 경향이 있지만, 갑작스런 목소리 변화와 이상은 엄연히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며 “목소리에 변화가 오면 초기에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짧은 기간에 증상의 호전을 꾀할 수 있다. 잠깐 휴식이 필요한 경우에도 최대한 빨리 집중해 치료하고 생업에 복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음성 이상, 방치 말고 초기에 검사·치료받아야 호전 기대= 음성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흡연이나 목감기 등으로 인해 성대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 △인후두 역류질환이 있는 경우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성대 폴립, 성대 낭종, 성대 결절)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경우(연축성 발성 장애) △신경학적 문제(뇌 손상으로 인한 음성 장애) △후두암 등으로 나눈다. 특히 성대가 마비돼 바람이 빠지는 듯한 음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기도 하지만 갑상선암이나 폐암이 원인일 수 있다.
음성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성대의 구조를 직접 관찰하고 발성 기능을 확인하는 성대후두경검사가 필요하다. 또 귀로 듣게 되는 음성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음성음향검사가 함께 시행된다. 음성음향검사는 컴퓨터로 음성 상태를 분석해 발성 기능의 정도, 발달 상태 등을 확인한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성대의 기능을 정상화해 정상적인 음성 생성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음성치료가 있다. 또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적 방법, 성대에 약물, 보톡스, 필러 주사를 통해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단 수술보다는 음성치료, 약물 등 비침습적 치료가 우선이다.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음성치료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한 달 정도 진행한다. 이후 환자의 만족도에 따라 치료를 연장하거나 종료한다. 성대 결절은 음성치료를 통해 완치에 가까운 우수한 치료 성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성대 폴립이나 연축성 발성 장애, 후두암 등에 의한 음성 장애는 음성치료보다는 수술 또는 보톡스 주사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목 사용 많은 직업군은 정기적 후두 검진 또는 음성 교육받아야= 평소 목소리를 보호하고 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큰 목소리, 높은 목소리는 될 수 있으면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반대로 너무 작게 속삭여 발성하는 습관도 성대에 좋지 않다. 편안하고 본인의 능력에 맞는 음성 상태 유지가 중요하다. 또 평소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 카페인이나 항히스타민제 등 후두를 건조하게 할 수 있는 원인 약제나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흡연은 후두암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피한다. 또 역류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은 고치고, 배가 꽉 조이는 옷은 피한다. 무엇보다 음성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직업군이라면 정기적으로 후두 검진이나 음성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남인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내 목소리를 찾는 음성치료는 단순히 좋은 목소리를 만드는 데 치료 목적을 두기보다는 그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게 원칙이다”며 “단 음성치료는 약물이나 수술과 달리 교육과 발성 습관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음성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