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철이 지나고 식욕이 돋는 수(收)의 계절인 가을이 다가왔음에도, 아이들의 식욕부진으로 고민하는 부모님이 많다. 특히, 학령기 이전 소아의 경우 약 20% 이상이 크고 작은 식욕부진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의사 표현이 확실치 않은 소아의 경우 ‘진짜’ 식욕부진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치료가 필요한 식욕부진 증상이 지속될 경우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더욱 주의 깊게 신경을 써야 한다.
함소아한의원 은평점 허일현 원장은 “식욕부진 증상을 보이는 환아의 경우, 기저질환이 없고 영양학적 관점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식욕부진의 원인을
파악하고 체질과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식욕부진은 소아청소년의 상당수가 흔히 경험하는 일반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대부분 기질적 질환이 수반되지 않고 자연적으로 체중이 증가하면서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중이 3개월 이상 변화가 없거나, 트림 및 방귀가 잦고 냄새가 심하거나, 변비나 설사가 잦으면 치료가
필요한 식욕부진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아 식욕부진의 치료와 증상 완화에는 한방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의학적 관점으로 식욕부진은 ▲선천형 ▲기허형 ▲습열형 ▲흥분형으로
나눠서 구분한다. 선천형은 선천적으로 음식을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의 크기인 뱃골이 작아, 배고픔을 느끼더라도 한꺼번에 많이 먹기 어려워지는 타입이다. 기허형은
소화력이 좋지 않아 음식을 먹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흡수도 잘 되지 않는다. 특히 씹는 것을 힘들어하고, 기운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습열형은 간식과 같은 안 좋은 식습관에 의해 배에 가스가 많아, 정상적인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유형이다. 식욕부진인데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는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흥분형은 허기만 면하면 되는 경우가 많아, 활동으로 소화가 되어
웬만해서 체중이 잘 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아이 뱃골의 크기, 체질적 양상, 한열 허실 등 아이 몸 상태를 점검하고, 상태에 따라 한약 치료를 우선으로 하며, 식욕부진 및 체기, 배앓이, 변비 등의 개선을 위해 감초사심탕을 추가로 처방한다. 이외에도 작탁침, 자석 침을 활용한 침 치료, 좋은 혈 자리를 자극해 기혈 순환을 돕는 침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허 원장은 “한의학적
치료와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체질에 맞는 식습관,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식욕부진 증상 개선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선천적으로 많이 먹지 못하는 체질의 ‘선천형’ 아이들은 조금씩 자주 식사를 챙겨주는 것이 중요하다. 간식으로 패스트푸드보다는 기름기 없는 고기, 야채 및 계란 등 영양학적으로
도움이 되면서 잘 먹는 음식 중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골라서 자주 주는 것이 좋다. 씹는 것을
힘들어하고 식감, 냄새에 예민한 ‘기허형’은 가능하면 부드럽고 잘게 음식을 만들어서 주고, 바로바로 음식을
해서 먹이는 것이 좋다. 가장 안 좋은 식습관을 가진 ‘습열형’ 아이들은 음료수, 과자 등의 간식을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흥분형’ 아이들은
식습관 이전에 올바른 식사 분위기를 만드는 등 생활 습관의 교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허일현 원장은 “식욕부진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식습관과 생활 습관의 교정으로 많은 부분이 치료되기도 한다”라며, “아이들의 식습관을 잘 관찰하고 문제가 있다면 교정해 줌과 동시에 증상이 심한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건강한 성장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