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대비
박 형 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
지난 7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소위 ‘김영란법’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다. 김영란법의 공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이다. 동법의 법률적 의의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소위 ‘벤츠 여검사’ 사건과 관련이 있다. 2015년 3월 대법원은 내연관계에 있던 최 모 변호사로부터 벤츠 등 금품을 받은 이 모 검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 검사가 받은 금품 목록에는 벤츠 외에도 부산 동래구 소재 40평 아파트 임차, 3천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 2천6백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샤넬백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검사는 수사진행 중인 사건에 관한 정보를 최 변호사에게 카톡으로 알려 주기도 하였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어떻게 이런 검사의 금품 수수가 무죄일 수 있는가? 그 이유는 형법 제129조의 수뢰죄를 적용할 때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언론은 ‘벤츠 여검사 무죄, 사랑의 정표’라는 제목을 붙여 사건을 보도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라는 요건 때문에 고위직 인사들이 많은 금품을 받았는데도 처벌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었고 이에 대한 법률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부정청탁금지법의 가장 핵심적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부정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조항의 법률적 의의는 수뢰죄의 요건에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배제한 것이다. 따라서 부정청탁금지법에 따르면 벤츠 여검사로 불린 이 모 검사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이 법의 수범자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즉 형법상 수뢰죄의 수범자인 공무원과 중재인은 물론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을 넘어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의 임직원까지 ‘공직자등’에 포함시켜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하여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병원의 직원은 물론 사립대학병원의 직원들도 부정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이런 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에게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의료법 제23조의2 소위 쌍벌죄 처벌 조항과 함께 부정청탁금지법의 여러 조항이 동시에 적용된다. 그런데 의료법에는 의사의 외부강의료나 자문료에 대한 규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지금까지는 의사가 아닌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가 수범자인 공정경쟁규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제를 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동법이 적용되는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외부강의료나 자문료에 대한 상한액수는 정면으로 부정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되었다.
현재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안)은 외부강의에 대한 강연료의 상한액을 규정하고 있는데, 공직자의 경우 강연료가 1시간에 장관급은 50만원, 차관급은 40만원, 4급 이상은 30만원, 5급 이하는 20만원으로 제한되며 1시간을 초과할 경우 상한액의 1/2까지 가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립학교 교직원은 직급별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까지의 강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국립대병원 교수와 사립대병원 교수가 달리 취급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강의료나 자문료는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의 상한을 적용받게 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가 준수해야 하는 공정경쟁규약에서 의사 강연료와 자문료를 시간당, 건당 각 50만원으로 정하고 업체 당 연간 300만원 상한을 적용하되 자문료의 경우 독보적인 지위나 전문지식을 지닌 의사의 경우 상한액 예외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의료나 자문료의 건당 금액은 부정청탁금지법보다 축소되어 있고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을 구별하지 않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공정경쟁규약은 제약업체와 의료기기업체가 준수해야 하는 규약이므로 의사들에게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의 내용이 훨씬 중요하다.
한편 부정청탁금지법 제5조의 부정청탁금지도 주의해야 한다. 동법 제5조 제1항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업무와 관련하여 15가지 유형의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23조 제1항은 제3자를 위하여 다른 공직자등에게 부정청탁을 한 공직자 등에게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동법 제6조를 위반하여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등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간한 자료에는 국립대학교병원의 입원 순서 변경을 부정청탁의 예로 열거하고 있다. 일반인 A가 국립대병원에 빨리 입원하기 위해 친구인 일반인 B를 통해 원무과장 C에게 대기 순서를 바꾸어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요청하여 원무과장 C가 이를 들어 주었다. 이 경우 일반인 A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일반인 B는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원무과장 C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만일 의사가 원무과장 C 대신에 실질적인 결정을 했다면 동일하게 처벌된다.
부정청탁법이 적용되는 의료기관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부정청탁의 신고방법,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 등에 대한 조치, 부정청탁 내용 및 조치사항의 공개방법, 수수금지 금품 등의 신고방법, 공공기관의 장에게 인도한 금품 등의 처리, 외부강의 등의 신고방법, 초과사례금 신고방법 등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담길 내용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법 시행 초기의 소낙비는 일단 피하고 볼 일이다.
[출처; 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75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