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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현병,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적극적 조기치료를 위한 국가적 지원 필요


김 성 완
전남의대 정신건강의학 

정신의학적 질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병명의 의미나 질병의 경과와 상관없이 대중매체가 전달하는 인상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최근 조현병은 신문의 의료 · 건강 분야가 아닌 사회면에 사건사고와 함께 등장하는 일이 잦아서 부정적 인상이 형성되고 있다. 이전엔 환자나 보호자들이 조현병이라는 병명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하는 일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다르다. 이러한 질병에 대한 편견은 환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병의 증상을 인지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쳐 병의 경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조현(調絃)’은 ‘현을 고르다’는 뜻으로 거문고나 바이올린의 현처럼 연결되어 있는 우리 뇌의 신경구조가 조율이 잘 되지 않아 정신적 혼란스러움이 찾아오고 예민해진다는 의미이다. 100명에 한 명꼴로 발병하는 조현병은 10~30대의 젊은 나이에 시작되어 대부분 오랜 기간 지속된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회복되어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조현병을 치료 시작 시기에 따라 1~4기로 나눠 구분하는데, 암처럼 병기에 따라 치료 반응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치료 반응이 좋지 않고 기능이 저하되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병전과 같은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 마치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개복 없이 내시경 절제가 가능하지만 통증이 시작된 뒤 위암을 늦게 발견하면 위 전체를 절제해야 하거나 수술이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적절한 치료와 개입으로 조현병은 예방도 가능하다. 조현병 초기유사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에서 인지치료나 오메가-3 복용이 조현병 발병 예방에 유의하게 효과적이었다. 따라서, 전문가에 의한 조기 진단과 병의 시기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정신질환에 대한 강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치료 시작 시기가 외국에 비해 상당히 늦은 편이다. 그리고 이는 불량한 예후와 관련된다. 누군가 주위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계와 의심을 보이거나 환청을 듣는다고 하면 최대한 빨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 검진과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올 2월 영국 총리는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5년간 약 10억 파운드(약 1조 7천억 원)의 추가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병원의 응급실에 24시간 정신질환 진료서비스를 갖추는데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처음으로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치료 시작을 앞당겨 조기에 치료받도록 하는 것을 핵심 정책 중 하나로 발표했다. 호주에서는 2011년부터 5년간 약 4,000억 원을 투자하여 청년 층의 초기 조현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기관을 설립하고 서비스를 확대해가고 있다. 이러한 조기중재 모델은 약 2조 규모의 국가정신보건개혁방안으로 확대되었다. 우리 정부도 영국이나 호주처럼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를 견고히 하는데 힘쓰고 이를 위한 재정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중인 광주정신보건시범사업에서도 의료기관과 정신건강증진센터가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초기 조현병 환자의 치료를 돕고 관리할 때 재입원 비율이 서비스 제공 전보다 10%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현병 조기중재 모형을 전국적으로 더욱 확대해가야 할 것이다. 정신질환의 초기 및 유지치료 강화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결과적으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의 감소로 돌아오고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어떠한 불편이나 불이익을 염려하지 않고 치료받는 사실을 감출 필요가 없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우리 모두를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언론 그리고 의료인들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출처 : E Newsletter No. 77 (2016. 11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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