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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융합시대의 전공의 교육

융합적 사고의 전공의 교육 변화와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안덕선
고려의대 성형외과학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일본의 도쿄공업대 명예교수인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에게 돌아갔다. 오스미 교수는 공학도로 자가포식(autophage) 현상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탔다. 그는 130년 전통의 연구중심대학인 Tokyo Institute of Technology 세포생물학 교수로 40세가 넘어 자가포식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여 노벨의학상을 받게 된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에 의하면 산업혁명은 1-4차로 나눠볼 수 있는데 1차는 증기기관을 통한 산업혁명, 2차는 에너지원이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컨베이어벨트가 발명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과 컴퓨터로 자동화생산이 달성되었고 세계의 경제가 하나로 묶여지는 국제화현상을 보여주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디지털과 생물, 물리 등 기초학문에 대한 경계마저 소멸이 되며 융합기술에 혁명이 도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오스미 교수가 몸담았던 토쿄공업대학(TIT)이 보여주는 학교의 모습은 기초학문의 경계가 없는 슈밥의 4차 산업시대를 연상시키고 노벨상도 우연은 아닌 것이다. 

최근에 고조된 관심에도 불구하고 융합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변하기 혼란스럽다. 정작 융합이라는 단어는 정치공약이나 정치담론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인문학의 부활로 보아 르네상스적 인간을 양성하는 의미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경제성장을 위한 먹거리 창출을 해야 하는 정부는 융합이 마치 신상품 개발과 성장동력의 지름길이 되는 미래지향적 개척분야로 이야기한다. 과학철학자들은 융합이라는 것은 결국 여러 가지 이제까지 이질적으로 분류되었던 지식들이 상당한 고민과 노력 속에 새롭게 하나로 합쳐지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매력적인 설명을 하기도 한다. 결국 융합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성과 창의성의 창출로 짧고 함축적인 귀결로 설명가능하다. 

융합의 4차 산업혁명의 진입시대에 과연 우리나라 의사 양성의 교육은 어디쯤 위치하는가는 자못 궁금하다. 심심치 않게 회자되는 의료기술 세계최고수준이라는 자평 속에 실상 우리의 의사교육은 1, 2, 3차 산업 혁명의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3차 산업혁명의 후반 단계인 국제화의 명제는 전공의 교육에서 매우 지체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임상과 기초, 의국과 교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의과대학과 본교, 학회와 학회, 대학 간의 장벽은 매우 두터워 대학교수가 주축인 다양한 조직과 단체 간의 분절적인 사고와 현상은 극복 불가능한 난제로 보이기도 한다. 국제화라는 명제는 나라간 활발한 교류를 의미하고 교육, 연구, 진료, 봉사에 대한 최고적 실천(best practice의 의역)의 발전적 교환과 전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공의 교육에서 보여주는 구조적인 폭력과 극심한 수직적 위계질서의 일방통행식 인간관계, 그리고 반민주적인 교육풍토는 여전히 식민시대 씨족사회 진행형이다. 물론 의료계만 해당되는 조직 문화의 이야기는 아니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의과대학 졸업생의 역량은 환자와 사회의 요구와 괴리되었고 교육과정도 정체되고 시대착오적이다. 오로지 과학적, 기술적 집착을 보이는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는 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의료와 제도에 대한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역사적, 인간적 담론의 이해결핍의 현상은 자기들이 소속된 의료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과 불합리하고 잘못된 제도가 존재하여도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력도 매우 취약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의료가 더 이상 의사개인이 아닌 다직종의 집단적인 팀접근 방식을 취하는 시대에 의료의 직종간 장벽과 종족주의는 매우 심각해 보인다. 이런 환경 속에 융합이나 통합, 협동, 협력이라는 구조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의사양성에서 보여주는 전문직의 취약한 통합적 사고와 리더십은 지금도 계속적으로 대물림하는 우리 의학교육의 어두운 모습이기도 하다. 이것은 산업화를 맛보기 시작한 식민시대 이래 리더십과 지배구조에 제외된 차별적 교육과 경제적 행운의 함정 속에 전문직 내부의 무능한 부분을 미처 간파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원인이기도 하다. 

독일제도를 본받은 일본식 식민서양의학교육은 6.25 사변 이후 미국의 영향으로 1년의 인턴과정과 4년의 전공의 과정으로 전문직 교육의 도약을 맞이하였으나 이후 50년 이상 정체 현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전공의 교육에 대한 국제적 변화는 사회가 변함에 따라 꾸준히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고정된 교육 기간의 질적 문제보다는 실제 필요한 역량취득이 더욱 중요한 개념인 역량바탕교육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전공의 교육은 가족적 가치가 근간인 의국제도로 지도교수에 대한 상동화 과정이 공적인 전공의 역량이나 교육목표를 대체하였다. 이것은 현대적 교육개념 보다는 법제화된 오래된 연차별 수련과정이 전문의 시험을 위한 자격검증(credentialing)을 위한 필수조건 임에도 이것이 전공의 교육과정으로 혼동되었던 것도 한 이유다. 최근 초보적인 단계이기는 하나 전공의 교육의 변화 조짐이 전공의 공통역량과 전문역량에 대한 연구와 개발, 그리고 전공의단체가 요구하는 평가인증의 개선요구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 교육에 관한 지배구조와 질적 관리에 대한 만성적인 미숙함은 새로운 개념의 도입이 과연 어떤 실제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전공의교육도 변화할 수 있어야 하며 전공의도 수련을 마치고 나서 시대적 변화에 스스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은 의국과 교실의 장벽을 벗어나 보다 더 통합적이고 융합적 체제의 교육과 협동, 협력, 통합을 필요로 한다. 더구나 전공의 교육에 연구자로서의 역량, 교육자의 역량이 강조되는 시대적 조류에서 학구적 역량의 강화는 대학원 교육과 적절한 균형관계를 유지하며 진화되어 오고 있다. 미국은 전공의교육과 연구자로서의 학위교육을 완전 분리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일부 국가는 전공의 교육과 연구대학원 교육과의 융합적인 관계를 창조하여 전공의 교육을 마치면서 중개임상연구의 이해와 경험으로 석사학위를 동시에 수여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전공의교육에서 어떤 형태와 과정을 택하던 융합적 사고의 리더십 역량을 보유한 전공의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해 좋은 교육의 장려와 부족한 역량을 갖춘 의사를 방지하기 위한 평가인증은 양날의 칼이다. 같은 목표의 상반된 두 개의 개념의 합치점은 엄격한 전공의 교육과정에 대한 현대적 평가인증이 해결책으로 보인다. 그리고 의료의 최종 수혜자는 결국 국민과 사회로 이제 사회도 다양한 능력을 소유한 의사양성의 요구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민간의료가 주된 우리나라에서 전공의 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적 투자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낯선 것이 사실이고 관료들조차 이해부족 현상을 보인다. 그러나 정부와 사회를 설득하는 어려운 과제도 전문직의 몫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며 3차 혁명의 후미를 장식할 의무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어려운 환경에 좋은 의사 양성을 위한 전공의교육의 변화와 사회적 지원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해답 역시 융합적 사고의 리더십으로 보인다. 

[출처 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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