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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료영상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미 시작, 공공재의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 



최병욱(연세의대 영상의학)   

인공지능이 화제이고 시대의 대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새로운 소식은 대중적인 인기도 높고 많은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래의 먹거리인 동시에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걱정한다. 질적으로 겪어보지 못한 변화가 전반적이며 폭발적으로 올 것이라는 예고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로 요약되어 소개된다. 국가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하고, 인공지능이 소비할 데이터가 무기이고 자산이라며 빅데이터를 구축하겠다는 선언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의료에도 예외가 없어, 인공지능 의사 ‘IBM왓슨’에 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정보, 지식,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논점을 배제하고라도 의료 행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2016년 10월 토론토에서 열린 인공지능 모임에서 컴퓨터 과학자 Geoffrey Hinton이 인공지능에 의한 변화가 가장 확실한 예로서 영상의학과의 판독을 소개하였다. 그는 ‘영상의학과 의사는 벼랑 끝에 서있고 벼랑의 아래에는 바닥이 없다’고 언급하였고, ‘향후 5년 내에’ 라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하며 인공지능에 의해 영상의학과 의사가 대체될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영상의학의 입장에서는 판독 업무 이외의 역할과 새로운 역할 확장을 강조하며 동반 성장을 예측하고 있으나, 판독보조이건 완전자동판독이건 판독 업무의 상당 부분이 대체될 것임은 자명하다. 우리나라에도 의료에 관련된 스타트업으로 소개된 루닛, 뷰노, OBS Korea 등은 모두 인공지능 기술의 대상으로 의료영상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하여 의료영상을 대상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 스타트업들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필수 재료인 대규모 영상데이터를 확보한 곳이 아직 없다.

전세계의 의료영상은 1년에 대략 2조개가 촬영되며, 450 petabytes (terabyte의 1000배 단위)의 저장 용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 5년마다 그 양이 2배가 된다고 한다. 아직은 이렇게 큰 데이터를 접근하고 분석할 기술이 부재하지만, 전 세계의 의료영상이 접근과 분석이 가능한 빅데이터로 제공되고 이를 분석하는 효과적인 기술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 힘들다. 의료영상은 전형적인 비정형데이터로서 형태도 없고 연산이 가능하지 않아서 영상만으로 데이터의 가치를 활용하기 힘들다. 의료영상을 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석(tagging)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의 비용이 비싸다는 데에 데이터 구축의 한계가 있다. 더구나 상호호환성을 보장해주는 기술적, 임상적 표준화의 문제는 다른 의료데이터와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복잡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난점에도 불구하고 의료영상 빅데이터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가져올 혜택이 너무 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의료영상 빅데이터 구축을 위하여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규제가 완화되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선도하지 못하면 급변하는 주변 환경에 밀려서 자본이나 시스템에 흡수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개인정보 및 의료데이터의 안전과 보호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빅데이터 구축을 지연시키는 명분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다가오는 변화는 기술의 발전에 의한 피할 수 없는 변화이며 그 기술의 특이성은 공유를 가로막는 어느 것도 비효율적인 디지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정보 공유로 인하여 전문직업군의 전문성이 보편화되고 있고 기존의 생산자 중심의 경제가 소비자 중심으로 탈바꿈하는데도 불구하고 빅데이터의 구축에 있어서 기존 질서의 주체인 기관이나 병원들이 자신의 경쟁력과 전문성 보호의 테두리 안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커다란 한계일 수밖에 없다. 정보 공유를 기본으로 전제한 소위 ‘인터넷 병원’의 효율성이 임계 값을 넘게 되면 기존 병원-의사로 한정된 서비스 공급의 질서가 무너지고 의료 빅데이터의 주체가 개인화되고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는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영상 빅데이터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그로 인하여 보다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촉발할 원재료이며, 공유가 전제되지 않으면 효율적이지도 않고 경쟁력도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감안하면, 빅데이터 구축과 공유에 의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의료계가 추구해 온 환자 중심, 가치 중심의 기준에서 바라보았을 때, 의료서비스의 효율성과 정확성의 향상, 비용절감을 가져올 것이라는 대의 명분에 공감할 뿐 아니라, 참여 주체가 누가 되었든 그들에게도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형태로 추진되어야 성공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의료영상 빅데이터 구축은 단순한 집합적 저장소가 아니라, 처음부터 접근성과 활용성을 고려하여 잘 설계된 구조화된 네트워크로 추진되어야 한다.

[출처 대한의학회 E Newsletter No 84  JUN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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