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자료출처]
발표 / 1978년 《문학사상》(제65호)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비시선 16
정희성
창비
1978-11-01
104쪽
182*103mm (B40)
55g
ISBN(13) : 9788936420161
[재수록]
애송시 100편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민음사
2008. 06. 05
ISBN 978-89-374-26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