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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위암 절제에 있어 내시경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의 적용

대개 갑작스럽게 위암 진단을 받고 큰 병원을 방문하면, 어떤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만 더 많은 경우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위암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시경으로 검진을 하고 있으며, 절제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전체 위암의 70 %를 차지한다. 수술 받으면 완치될 확률이 전체적으로는65 % 정도인데, 초기암의 경우 95% 완치가 가능하다.   

 

만약에 담당 의사가 내시경 수술, 복강경, 로봇 수술 얘기를 꺼낸다면 우선 반길 일이다. 바로 초기암에 시행할 수 있는 최소 침습수술이기 때문이다. 그럼 진행성 암은 전혀 이런 수술이 불가능한가? 그렇지는 않다. 위암의 경우 림프절 절제가 개복 수술에서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진행성 암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수준이 충분히 발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규모 다기관 임상연구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5-6년 후에는 거의 모든 위암에서 복강경 수술이 일반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시경 점막절제술은 무엇인가? 이것은 진단용 위내시경을 이용하여 간단한 전기 소작 도구로 점막에만 국한된 암을 포를 뜨듯이 오려내는 것이다. 보통의 위암 수술은 위를 잘라내고 림프절을 절제해야 하지만 아주 초기여서 림프절 전이가 거의 없을만한 암은 현재 내시경 점막 절제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경험이 많이 쌓인 내시경을 전문으로 하는 소화기내과 의사가 자신감에 차서 점차 적응증을 넓혀나갈 수 있으나, 단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바람직한 것은 다르므로 환자들은 선택과정에서 위험성과 이득에 대해 의사와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 전형적인 적응증은 크기가 20mm 이하의 분화도가 좋고 궤양이 없는 조기 위암이다. 

 

수술의 결정은 외과의사와 상의하여야 한다. 이것 저것 수술 방법을 설명하는데 사실 막막하다. 잘 판단을 못하겠으니, “의사 선생님께서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만다. 이런 태도가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명에 대한 심각한 접근이므로 좀 더 지식에 근거 하여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과 20년전만해도 위암의 수술 방법은 한가지 오로지 배를 열고 수술을 하는 것이었다. 19세기 말 근대 의학은 인간의 배를 열어 병이 생긴 장기를 제거하는데 성공하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근대 외과의 원류는 16세기 해부 병리학의 발전에 힘입어 모든 질병은 해부학적인 질병의 병소를     제거함으로서 고칠 수 있다는 패러다임에서 오게 되었다. 이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의사가 어떤 칼을 들고 있던 내 몸 속의 병을 깨끗이 없애줄 것이다. 인체나 암의 유전정보를 해독하면 모든 질병이 정복되리라는 희망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질병의 생물학을 뛰어넘는 외과적 절제의 극적인 치료 효과는 여전히 탁월하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외과에 매우 큰 혁신적인 일이 벌어진다. 배꼽에 만든 작은 구멍을 통해 내시경을 복강 안으로 넣어 들여다 보면서, 기다란 화살 같은 도구들을 배 안에 꽂아 넣고 그 어렵다는 수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복강경 수술은 의료계로부터 초기에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무모한 시도를 하는 파렴치한 의사들로 매도 당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반응은 놀라왔다. 누구도 아프고 싶지 않았고, 복강경은 효과가 있었다. 임상 시험 결과들도 속속 나오면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었다. 절제에 따르는 환자의 심적, 육체적 고통과 불안을 혁신적으로 줄인 최소 침습 수술의 철학은 인간성의 가치를 끌어올린, 의학을 넘어선 인문학적 가치를 가진 것이다. 앞으로도 이 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로봇 수술은 어떠한가? 이것은 복강경 수술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기술적인 의미의 혁신이지, 가치나 철학적 의미의 혁신은 결코 아니다. 그 의미를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것은 단지 기계이며 장비일 뿐이다. 그것을 잘 활용하면 수술 결과가 좋아지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면 반대할 어떤 이유도 없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가 한가지 있다. 바로 돈이다. 로봇의 가격이 40억원에다 한번 수술할 때 드는 재료비가 몇 백 만원씩 필요하기 때문에 로봇수술의 논란은 언제나 의료적 관점 자체보다는 비용이었다. 건강 경제적 관점에서 비용 효과는 모든 나라에서 건강 정책의 주요 이슈이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어떠한 새로운 더 나은 치료 방법은 모두가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 의학에서 과학기술의 요소는 점차 더욱 중요하게 되어가고 있고, 대부분의 첨단 의학은 더 많은 비용을 수반한다. 특히 초기 단계에 개발 비용과 임상 시험 단계에서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생명 연장과 건강한 삶을 위한 이러한 노력들은 언제나 정당하다. 문제는 어떠한 새로운 치료 방법의 가치는 결코 빠르고 광범위하게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생명이나 삶의 질을 돈으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조금이라도 향상시킬 수 있는 어떤 치료방법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10년에서 20년 정도 지속되면서 의료계에서 광범위하게 가치를 인정 받게 된다면 비용은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것은 경제의 법칙이다. 앞서가는 외과 의사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기존의 치료 방법을 집요하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더 나은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모든 외과의사들이 초창기에 로봇 수술에 뛰어들 수는 없다. 그러나 로봇 수술이 1997년 시작된 이래 15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우리는 로봇 수술이 보편화되어도 놀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작년에 출간된 유엔2040 미래 보고서라는 책에 의하면 5년 후에는 전세계적으로 로봇 수술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유는 의학적인 이유를 의사들이 인정해서가 아니라 외과 의사들의 부족이 심각해져서 어쩔 수 없이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의료계 내에서도 로봇수술에 대해 극단적인 편견이 존재한다. 오직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해서만 안전성과 효과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길게 얘기했지만, 복강경 위암수술에 대해서는 이미 조기 위암에서 장기 생존율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이 되었다. 로봇 위암수술에 대해서는 아직 임상 연구 결과가 없으며, 전국적인 후향적 연구 자료로는 생존율이나 합병증 면에서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차이가 없다. 단지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하여 복강경에 비해 장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미흡하다. 그러나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많다. 저자의 경우 진행성 위암에서 2군 림프절절제가 중요한데, 로봇 수술이 복강경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고하였다.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증명이 되어야 하므로 몇 년 후에 정립이 될 것이다.

 

  21세기는 맞춤의료의 시대로 불린다. 외과도 다양한 수술 방법이 개발되고 병에 대한 지식을 적용하여 맞춤 수술을 할 날이 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가 이제 머리를 맞대고 함께 수술 방법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적인 판단 뿐 아니라 고려해야 할 사회 경제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의학적인 부분은 특히 수술에 대해서는 선택한 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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