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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신업계에는 뉴라이트가 있다?

2011년 봄 한 외자백신회사에 일본발 낭보가 날아들었다.

일본에서 경쟁회사의 백신을 접종한 아기들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흥분한 직원들이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며 회의를 했다.

이 정보를 국내시장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써먹고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

누군가가 의기양양하게 내게 물었다.

"시장의 반응이 어떨 것 같아요?"

"그 부작용 폐렴구균땜에 생긴 거 아닐 것 같은데?

그러니 껄떡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나대다간 결국 같이 망해."

기대했던 답을 듣지못한 그녀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아마도 입을 삐죽거리며...).

그녀는 내가 그 회사를 떠나는 시점에 악담을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백신은 다른 치료제와는 달리 건강한 사람들이 접종을 하는 약이다.

싫어도 환자입장에서 약을 찾을수 밖에 없는 다른 의약품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더구나 갓 태어난 아기들이 주로 접종하는 것이 백신이다.

문제가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백신접종은 안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심증적으로는 문제가 있어보이더라도 과학적으로 결정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한, 정부도 간단하게 해당백신의  접종중지조치를 취하지는 못한다.

백신접종기피현상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90년대말에 벌어졌던 일이다.

잊을만하면 언론은 백신부작용사고를 무게있게 보도했다.

해당회사는 판에박힌 해명을 했고 경쟁업체들은 백신사고가 터질 때마다 관련기사를 의사들이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코팅까지해서 병의원에 뿌렸다.

그런데 아쉽게도 부작용발생에 예외인 백신은 있을 수가 없었기에 회사들은 경쟁회사제품에 부작용보고가 들어오면 똑같은 방식으로 맞대응을 하며 보복을 했다.

90년대말 DTP접종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을 때 기초필수예방접종으로100%에 육박해야 할 DTP접종률이 30%로 떨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DTP뿐 아니라 덩달아 다른백신에 대해서까지 접종기피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는 과정속에 국내백신산업은 붕괴되지 않은채(생산은 포기하고 수입백신의 도매상 역할을 하며), 붕괴되어 갔다.

 

상수는 당히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하고,

중간치들은 한번 당해야 깨닫게 된다고 했다.

하수들은 당해도 깨닫지를 못하고...

 

가관인 것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교훈을 깨달을만도 한데 백신분야에서는 감정이 늘 이성적인 판단을 늘 지배하도록 작동되는 특이한 구역이었다.

사실은 제로섬이 아닌데 제로섬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해법은 빤히 보였지만 실천은 매우 어려웠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도,

국내사와 외자사의 차이도 없다.

지금도 경쟁사에 백신부작용사고가 나면 그들은 늘 환호한다.

 

2011년 한 외자회사에서 있었던 해프닝의 진상은 이랬다.

당시 일본의 백신부작용사망사고에 대한 보도의 요지는 구체적으로 수입백신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야마(일본식 표현으로 하자면)였다.

신종인플루엔자유행시 백신공장을 다섯개나 두고도 백신을 1억도즈나 수입하면서 국제적으로 개망신을 당한 일본정부가 수입백신에 대한 적극개방정책을 추진한 이듬해의 일이었다.

국가주의가 강한 일본의 입장에서 이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전통적으로 언론은 일본사회에서 가장 국가주의(statism)가 강한 분야였던 것이다.

어쩌면 일본언론은 백신의 자급자족 포기선언을 한, 일본의 자존심을 스스로 짓밟은 일본정부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던 상황이었다.

2011년 3월 DTP와 Hib 그리고 폐렴구균백신을 동시 접종한 영아3명의 사망사고가 보도되었다.

DTP는 일본국내제조였고 Hib와 폐렴구균백신은 수입백신이었다.

그런데 일본언론은 '수입백신접종후 영아3명사망'을 미다시(みだし, 신문 )로 뽑았다.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한다면 이 상황에서 첫번째 주목해야할 백신은 무엇이어야 했겠는가?

그건 일본이 아니었다면 누가봐도 DTP를 거론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상황이 발생했으면 백신주권은 백신주권이고, 국내제조백신의 문제점을 9시뉴스에 특집으로 다루면서 국내백신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하지는 않았을까?

일본과는 상관도 없는 지역에서 관련회사는 해명자료를 내고, 안전성에 대한 설명을 하며 홍역을 치렀고 이 일은 늘 그렇듯 잊혀져갔다.

이 일로 내심 반사이익을 보려했던 회사가 아무 소득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최근에도 일본발로 터진 HPV백신부작용과 관련하여 일본에서 원인을 제공한 백신이 어느 것이었는지 아니면 최소한도 누가 더 빌미를 주었는지를 따지는 숨은그림찾기를 연상하는 안쓰러운 광경이 국내에서 또 연출되었다.

역시 일본의 해프닝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전세계 어느 지역에도 영향을 주지 못했다.

지금은 일본계회사들이 한국에 법인으로 진출한 상황이라 많이 달라졌겠지만, 이전의 기억에 어떤 일본회사는 한국매출을 일본의 국내영업부에서 관리하는 걸 알고 어이없어 한 적이 있었다.

하물며 전형적인 글로벌품목인 백신(백신은 가교시험에서 데이타가 달라도 용량변경에 대한 이슈가 나온 적이 전세계적으로 아직 한 건도 없다)이 글로벌이슈도 아닌 일본의 지역적이슈에 이렇듯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감히 말하자면 식민지의 유산이 아닐까 우려된다.

더이상 일본은 국제사회에서도  백신을 리드하는 나라도 아니며 정부의 정책은 물론 산업분야에서마저 개발 파이프라인은 오히려 한국만도 못한 상황에 있다.

따라서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시작된 일본의 부작용이슈가 한국에서 증폭되고 확대재생산되는 것은 매우 ridiculous하다.

그것도 앞서가는 기술분야나 품목을 도입하는 과정의 일도 아니고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비상식적으로 해석되곤하는 부작용이슈에 덩달아 민감하게 반응하고 무분별하게 그대로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작금의 상황은 식민지적 발상에 다름이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백신이슈가 일본에서 문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지 않은가?

 

인간적으로 부작용보고가 들어오면 처음에는 어느 회사백신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긴 하다.

솔직히 이를 빌미삼아 경쟁사를 해코지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백신에서는 경쟁사의 제품에서 발생한 부작용이 자기 회사의 이익이 되는 구도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

그것은 옆집에서 불이 난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우리집으로 불이 옮겨 붙는 것은 시간문제다.

같이 꺼야하는 것이다.

부메랑정도가 아니다.

혹시 백신업계에는 철지난 뉴라이트가 아직도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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