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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학술지로 도약하기 위한 학술지편집 제언

경쟁력있는 국제학술지가 되려면 전문 편집인 필요 


홍 성 태
대한의학회 간행이사 ·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희 회장 

국내에서 발행하는 의학 학술지는 의편협 회원 학술지가 2월 4일 현재 257종이 있다. 학회가 발행하는 것이 대다수이고 기관에서 출판하는 것이 일부 있지만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출판사 발행 학술지는 없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업 학술지가 출판을 주도한다. 학술지의 상업적 가치는 학술성이 있어야 성립하므로 학술성이 높은 학술지는 구독료 또는 저자부담금이 매우 비싸지만 저자는 개인적인 명성과 성과 보상을 위해 국내 저자들도 좋은 논문은 국내 학술지보다 외국 저명 학술지에 내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내 의학학술지는 이윤보다 학술성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어 좋은 논문을 외국 학술지에 빼앗기고 독자에게 매력이 떨어져 인용이 덜 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는 목적이 학술적인 기여에 있다면 결국 인용될 논문을 출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저자가 좋은 주제를 잡아서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도 잘 써야 하겠지만 편집인도 글로벌 학술지 편집 기준에 맞추어 전문가답게 편집활동을 해야 한다. 국내 학술지의 여러 여건이 아직 글로벌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더라도 편집인의 편집에 대한 지식과 활동이 글로벌 표준에 걸맞아야 한다.

편집인이 학술지의 수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학술지의 내용은 선정된 논문이므로 학술지가 다루는 영역에서 독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의 원저성 있는 논문을 선정하는 안목이 중요하다. 투고 원고가 충분한 학술지는 그 중에서 편집인이 우수한 것만 고르면 되겠지만, 국내 학술지 투고가 많지 않은 현실에 있으므로 애당초 이런 선정이 불가능한 학술지도 많이 있다. 이런 학회지 편집인은 결국 해당 학회 회원들이 좋은 원고를 투고하도록 매력 있는 학술지로 편집하면서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한다. 저명한 외국인 저자의 좋은 종설논문을 유치하는 노력이 우선 취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일단 선정된 원고는 하나의 완전한 논문으로 출판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원고 본문 자체는 저자가 작성할 일이지만 편집인도 출판 전에 원고를 검토하면서 하나의 완전한 학술적인 이야기(story)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편집(substantive editing)을 할 필요가 있다. 즉 단순한 오자나 문법 수정이 아니라 내용을 더 잘 전달하고 독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문장과 본문을 편집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영문 학술지라면 영문으로도 손색이 없도록 편집하여야 한다. 편집인이 할 원고 선정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이다.

최근 학술지의 온라인출판 중요성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인쇄된 종이책을 찾는 독자가 거의 없으므로 최근 의학도서관협의회 중심으로 종이책 학술지는 최소한으로 소장하고 온라인학술지 위주로 구매하기 시작하였다. 국내 학술지는 과거 종이책을 출판하다가 최근 온라인출판을 병행하는 학술지가 대다수이지만 이제는 종이책을 아예 발행하지 않고 온라인출판만 하는 학술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출판의 장점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인데 특히 동영상(video)이나 소리(audio)를 이용한 정보 전달은 학술지 출판의 혁명이라고 인정할 만하다. 의학 분야 인용지수 상위 3위에 있는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Lancet, JAMA의 웹사이트를 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출판을 통하여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 학술지들도 종이책 위주의 편집에서 온라인 출판 위주 편집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라인 출판 기술력 자체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온라인 출판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 우선 미흡하더라도 온라인 출판 개념으로 편집을 시작하면서 하나씩 늘려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학술지의 편집인은 거의 예외 없이 현직 교수 중에서 누군가가 임기를 정하고 맡아서 겸무로 봉사한다. 교수가 본업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겸직으로 편집을 한다. 그러다보니 편집에 투여하는 시간이 한정되고 편집인으로 전문성도 개발되지 않는다. 국내 수준 학술지는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 여태껏 그렇게 쭉 편집해서 오늘에 이른 셈이다. 그래도 257종의 의편협 회원학술지 중에서 Medline에 21종, PMC에 96종, Web of Science (SCI & SCIE)에 34종, Scopus에 79종 학술지를 등재하고 인용지수 3점대 학술지도 생겼다. 내가 보기에 그것이 한계이다. 현재와 같은 겸무 편집인 체제로는 글로벌 학술지로 더 이상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 학술지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대형 영문학술지들은 예산을 들여 유능한 프로 전문편집인을 영입하는 것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준비된 프로 전문편집인이 시장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여 그런 전문편집인을 키우고 학술지를 통한 학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초빙하여야 한다. 퇴직한 우수한 유휴 인력을 활용하면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학술지 편집인들이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국내 학술지의 인용이다. 국내 저자들이 전반적으로 국내 학술지 논문의 인용에 인색하다. 편집인은 관련된 국내 학술지를 적극 찾아서 인용하도록 저자들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출판하는 학술지를 우리 회원들이 많이 보고 인용해야 그나마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이 된다. 이제는 국내 학술지의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이 제공되고 있어서 편집인이 저자들을 독려한다면 지금보다 국내 학술지 문헌이 더 많이 인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술지 편집은 고되고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고도의 정신노동이다. 학술지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학회와 회원은 편집인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여야 한다. 그리고 맡은 사람은 전문성을 키우고 편집에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 혼이 깃든 학술지를 출판하면 그 성과가 단기간에 가시적이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분명하게 학술지와 학회의 발전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출처 e-Newsletter 2016. 03 월호 No.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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