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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공지능: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물결

인공지능의 효용과 한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필요 
 
최 진 욱
서울의대 의공학 /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







우리는 진작 놀라고, 두려움에 치를 떨어야 했었는지 모른다. 2011년 2월 IBM Watson이 제퍼디 퀴즈쇼에 나와서 두 명의 챔피언인 Brad와 Ken을 물리쳤을 때 우리는 진작 펄쩍 뛰었어야 했다. 이 상황을 왓슨 개발자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감동이 실려있는 동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IBM Watson: Final Jeopardy 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기 바란다. 왓슨 프로젝트 팀장인 데이비드 페루치는 두 번째 대결에서 왓슨이 정답을 말하고 우승하자 모든 개발자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함께 박수를 치며 격려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4년을 뛰어 왔고, 내가 아무리 힘든 요구를 하더라도 그대로 따라준 연구원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왓슨 프로젝트를 통해서 인간의 지능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올해 1월 네이처 저널에 작년 유럽 바둑챔피언을 이긴 알파고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Digital Intuition’. 편집장은 이 글을 통해서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로 이제 사람과 기계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할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정한 룰에 따라서 움직였기 때문에 언제든지 기계를 정지시키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얼마만큼 기계가 일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인간이 미리 만들어 준 룰에 따라 기계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딥러닝 기술로 새롭게 무장된 인공지능은 개발자라 할지라도 다음에 어떤 결정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바둑에서 알파고가 어떤 수를 둘지 어떤 개발자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알파고는 한 수 한 수를 두면서 내가 두는 대로 맡겨 달라는 믿음을 요구하면서 바둑을 두었던 것이다. 

정말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시점에 온 것인가. 그렇다면 의료계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우리는 어떤 채비를 해야 하는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의료계에 던져볼 수 있겠다. 

정말로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환자를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인가. 인공지능은 의료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의료정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우선 첫 번째 질문의 답은 No 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네 번째 판에서 패했듯이, 인공지능의 선택이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공지능이 어떤 경우에는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공지능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환경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것을 우리는 순순히 인정해야만 한다. 그런데 과거를 돌아보면 인공지능이 보여준 성과는 그리 믿을만하지 못했었다. CAD(computer aided diagnosis)라는 영상분야의 기술이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에러가 많아서 CAD 만을 믿고 환자 영상판독을 끝낼 수는 없었다. CAD가 마크해 준 부분을 또 한번 영상전문의가 판독을 했었어야 했고, 이럴 바에는 CAD 없이 판독하는 것이 덜 거추장스럽고 속도도 빨라서 CAD는 한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Yes 이다. CAD 이든 왓슨 oncology이든 간에 인공지능에게 최후의 결정권만 넘겨주지 않는다면, 사람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사람이 실수하던 여러 가지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 항암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해 왓슨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많은 영상자료 중 더 세밀하게 관찰해야 하는 후보 영상들에 대해서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판독하여 실수를 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무슨 직종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그 직업에서 인공지능에게 맡길 것이 무엇이고 사람이 꼭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원하는 바대로 임무를 수행하려면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잘 구성된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즉, 현재 저장되어 있는 정보 그리고 지금도 엄청나게 쌓여가고 있는 여러 의료 데이터를 바로 활용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점이 현재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접목시킬 때 어렵게 만드는 점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유사한 환자 사례를 찾는 경우, A라는 환자가 B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갖는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데이터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가족력을 비롯하여, 영상정보, 유전체 정보 등 다양한 형태이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인공지능의 학습용 데이터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왓슨의 경우 31명의 연구원이 4년동안 준비하여 퀴즈쇼의 질문패턴에 대한 학습을 시켰다고 한다. 의료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환자의 질병에 따른 패턴을 학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더 다양한 환자 사례에 대한 판단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자료를 준비하고, 인공지능 시스템이 정확하게 데이터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료정보 연구자의 몫이라 하겠다. 

현재까지의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우리가 두려워할 정도로 전지전능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왓슨에 이어 최근의 알파고까지 굵직한 이벤트들로 인공지능 기술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 만큼,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성장할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윤리에 대한 검토가 시작될 것이고, 법제화가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도 기계도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진에게는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아직 인공지능이 저지르는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배아세포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합의한 것처럼, 인공지능의 적정선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출처 e-Newsletter 2016. 04 월호 No.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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