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유증으로 말 못하는 환자에게 짜증은 금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한해 53만8000명이 넘는 환자가 뇌졸중으로 진료 받았다. 뇌졸중은 한번 발생하면 치료 후에도 신체적․심리적으로 여러 가지 합병증과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어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실어증이 온 환자에게 말을 잘 못한다고 짜증을 내고 재촉하면 오히려 더 위축되고 우울증까지 올 수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합병증과 후유증은 치료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의지를 갖고 힘든 치료를 이겨낼 수 있도록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 환자를 잘 돌보고 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을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신경외과 황교준 교수와 신경과 김유환 교수에게 알아봤다.
신체의 경직과 구축 막으려면 꾸준히 관절 움직여줘야
뇌졸중에 의한 합병증과 후유증으로는 실어증이 있다. 말을 이해하고 말을 하게하는 뇌 부위가 손상되면 실어증이 올 수 있다.
김유환 교수는 “실어증이 온 환자에게 짜증을 내거나 답답해하면 환자는 위축되어 말하는 것을 더 어려워하게 된다. 따라서 말하는 것을 많이 들려주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입 속과 목 부분의 근육이 마비되면 음식을 씹거나 삼키는 것을 잘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억지로 음식을 먹이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폐렴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증상으로 운동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 신체부위가 마비돼 처음에는 축 늘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뻣뻣해진다. 보통 운동마비는 다리 쪽보다 손에 더 심하게 오며 회복도 더딘 편이다. 운동마비가 심해지면 팔, 다리가 뻣뻣해지고 한 방향으로 굳어지는 경직 현상이 올 수 있고 심한 경우 관절까지 굳어버리는 관절구축도 나타날 수 있다. 황교준 교수는 “뇌졸중 환자의 경직과 구축을 막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꾸준히 관절을 움직여줌으로써 굳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 극복을 위해선 삶의 활력 찾아주는 것이 중요
뇌졸중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흔한 감정변화로 우울감이 있다. 뇌손상으로 인해 뇌 속의 기분이나 감정을 제어하는 부분이 영향을 받아 우울 상태를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또 환자는 이상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 독립적인 행동과 조절 능력의 상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우울해 할 수 있다.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들은 지나치게 눈물이 많아지고 권태감, 지루함, 무관심, 집중력 저하, 수면과 식이장애, 신체적인 불평, 불안, 위축, 민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감은 뇌졸중 환자의 치료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환자가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가족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우울감이 있는 환자에게 핀잔을 주면 증세가 더욱 악화되므로 일반적인 질병의 한 과정임을 이해하고 지지해줘야 한다.
김유환 교수는 “먼저 환자가 다른 사람과 감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감소시킬 수 있고 가족과 친구로부터 격려 받는다고 느끼게 된다”며 또한 “뉴스 보기, 산책, 취미활동 등을 통해서 외부세계에 관심을 갖고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을 강조하여 환자가 실망감이나 실패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뇌졸중에 대해서 배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자신의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음으로써 불필요한 불안과 두려움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 환자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한계를 인정하고 기대감을 낮춤으로써 실망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환자의 심한 우울감이 계속된다면 의사와 상담을 통한 전문적인 치료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기억단서 활용한 반복적 연습은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
뇌졸중을 겪으면 시간개념이나 주위환경에 대한 인식이 없어지고, 의사소통 능력이나 기억력 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인지기능 손상은 다른 장애와 달리 회복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급한 마음을 갖기 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먼저 시간 개념을 일깨워주는 것이 좋다. 낮과 밤을 구별해주고 시계, 달력, 라디오, TV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황교준 교수는 “기억력이 떨어지며 현실 인식이 부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가족사진이나 특별한 그림, 자주 사용하던 담요나 이불 등 환자에게 친근한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의미 있는 사람과의 전화나 편지도 환자의 현실적응에 도움을 주며, 하루일과를 규칙적으로 정하고 수면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한 무기력을 느끼는 환자의 행동의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한 번에 하나의 자극이나 지시를 주고, 환자가 반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환자가 오해나 망상을 가질 경우 현실감을 가질 수 있도록 차분하게 설명해주고 환자와의 논쟁은 피하는 것이 좋다.
김유환 교수는 "환자의 기억을 증진시킨다는 목적으로 환자가 기억장애로 인한 실수를 할 때마다 보호자가 이를 지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환자의 감정만 상하게 하고 환자의 불안과 우울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 이치에 맞지 않더라도 일단은 환자의 기억장애를 감싸주고 기억단서를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연습이 중요하다”며 “환자와의 의사소통 시 말이나 글로 표현이 어려우면 비언어적인 방법을 활용하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돌보는 가족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도 중요
뇌졸중은 장기간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며, 후유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과정에서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뇌졸중 환자를 돌보는 일에는 환자를 신체적․심리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먼저 뇌졸중 환자의 가족들은 현재의 상태를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들은 올바른 정보를 기초로 환자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뇌졸중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황교준 교수는 “환자에게는 가족의 따뜻한 격려와 원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응석을 받아주거나 격려하는 것은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자 자신이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 전원이 치료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 간병인 혼자서 뇌졸중 환자를 간병하는 것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이 된다. 때문에 환자와 관련된 가족 모두가 치료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담당 의사의 지시를 듣고 환자를 돌볼 마음의 준비를 확실히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가족 구성원만으로 환자의 간병을 도맡기 어려울 때는 유료간병인을 고용하거나 무료간병인 파견서비스 등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진지하게 뇌졸중 환자를 돌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황 교수는 “간병 과정에서 보호자가 환자를 들어올리거나 움직이다가 허리를 다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며, 간병으로 인해 피로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며 “때문에 간호사나 물리치료사에게 안전하게 환자를 들어올리거나 움직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환자를 위한 올바른 자세관리 요령이나 병실 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적절한 운동법 등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졸중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휴식과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
[도움말 한림대 한강성심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