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기운에 등산, 운동, 나들이 등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피부 노출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각종 피부 트러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이때 손이나 발에 오돌토돌하게 솟아난 병변을 단순한 굳은살이나 티눈으로 생각하고 방치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사마귀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마귀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가 피부의 미세한 상처나 균열을 통해 침투해 상피세포를 비정상적으로 증식시키면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피부질환이다. 감염 후 수개월이 지나서야 눈에 띄는 경우가 많아, 감염 시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티눈이나 굳은살과 증상이 유사해 자가 진단 후 방치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병변이 확산하거나 악화하기도 한다. 주로 손과 발에 잘 생기지만 얼굴, 몸통, 두피 등 신체 모든 부위에 나타날 수 있다.
사마귀는 전염성 피부질환으로, 직접적인 피부 접촉뿐 아니라 수건, 신발, 양말, 매트 등 물건을 통한 간접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소아와 청소년은 감염에 더 취약하고, 가족 간 전염도 쉽게 일어날 수 있어 병변이 발견되면 가족 구성원에게 알리고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사마귀는 종류에 따라 발생 부위와 원인이 되는 HPV 유전자형이 다양하다. 가장 흔한 보통사마귀는 HPV 1, 2, 4, 27, 57형 등에 의해 발생하고, 주로 손가락, 얼굴 등에 나타난다. 편평사마귀는 HPV 3, 10, 28형 등이 원인이다. 피부에 편평하고 작게 솟은 병변이 무리지어 발생하고, 얼굴이나 손등에서 많이 관찰된다.
손발바닥사마귀는 HPV 1형이 주요 원인이다. 체중이 실리는 부위에 발생해 통증을 유발한다. 티눈과 혼동하기 쉬워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성기나 항문 주위에 생기는 항문생식기사마귀는 HPV 6, 11, 16, 18, 31, 33, 35, 42형 등이 원인이다. 일부 고위험군 HPV는 자궁경부암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사마귀는 대부분 임상 양상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티눈, 굳은살 등과 구별이 어렵거나 병변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병리조직검사가 필요하기도 하다”며 “각질층 내부에 점상 출혈이나 검은 점 형태의 모세혈관이 보인다면 사마귀로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마귀는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손으로 긁거나 뜯는 행위는 병변을 악화하고, 다른 부위로 확산할 수 있다. 치료법은 냉동치료, 약물치료, 전기소작법, 레이저치료, 면역요법 등이 있다. 치료는 병변의 위치, 크기, 수, 환자의 연령, 면역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냉동치료는 액화질소로 병변 조직을 얼렸다 해동하는 과정을 반복해 제거하는 치료법으로 사마귀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사마귀의 완치율은 60~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력이나 생활 습관에 따라 약 20%는 재발할 수 있어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소아의 경우 자연 소실되기도 하지만, 통증이나 감염 확산 우려가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한다. 특히 발바닥처럼 체중이 실리는 부위에 생기면 보행에 불편을 줄 수 있고, 손이나 얼굴 등 노출 부위에 발생하면 미용적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치료하는 것이 좋다.
우유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봄철에는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땀이나 마찰, 미세한 피부 손상 등이 늘어나 사마귀 감염 위험도 증가한다”며 “단순한 티눈이나 각질로 오인해 자가 처치하기보다는 조기에 전문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마귀는 전염성이 높은 질환인 만큼 병변을 만지거나 긁는 행동은 피하고, 수건, 슬리퍼 등 개인 생활용품은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충분한 수면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